양동진 해가 완연하기 전 잿빛 어스름 아직 부스스 걷히지 않을 때 고요한 강물 위에 뽀얀 것들이 피어나고 차가운 김이 서리서리 몸을 꼬며 서로를 붙잡고 일어서고 그 푸르스름한 수면 위를 수백 마리의 뱀처럼 스멀스멀 꿈틀거리며 무엇이 되기 위해 승천하는 양 저토록 간절하게 솟아오르는 시린 것들은 누구의 마음이며 누구의 언어인가
그 청아한 안개 숲에 또 누군가가 다가오는데 살가운 손님은 아닌 듯이 은밀하게 다가오는 새벽바람 아무도 없는 그 여명 속에서 누군가 부른 듯이 넉살좋게 다가와 바람은 손을 마음껏 벌려 보드라운 손짓으로 너울너울 나풀거리고 나비의 날개바람처럼 얇은 바람을 퍼덕거리면 그 파다한 안개들은 슬금슬금 떠날 채비를 하며 뭍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인지 아는 듯 발악도 없이 발버둥도 없이 한쪽으로 일제히 쓸려가고 차가운 수면을 그보다 더 시린 냉정함으로 안개에 묻은 티끌들을 정화하듯이 바람은 안개를 몰고 간다네 안개의 영토는 이제 바람의 식민지가 되고 정권을 빼앗긴 안개는 다시 권토중래의 다가올 아침을 기다린다네 그렇다, 우리가 모르는 조용한 새벽 강위에선 그들만의 아름다운 전쟁이 한창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