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숲속에서 .
숲속에서 양 동 진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통나무 의자에 앉아 수목들의 숨소리를 듣는다 잔잔한 바람을 타며 읊조리는 음향과 선선한 미풍을 타며 속삭이며 나무가 말을 걸어온다 인적 끊긴 이곳은 사람과는 단절된 하지만 자연과 소통하는 그윽한 시간 새들의 웃음소리만 기분 좋은 외침처럼 들려오고 그늘이 흐드러진 숲속을 가끔 햇살이 커튼을 열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두리번거린다 나는 이 왕국의 왕이 된 듯이 적막해지려한다 고요가 점령해버린 숲속의 주인이 되는 것은 혼자만의 특권이요 자유이지만 나는 결코 왕이 되고 싶지는 않다 왕은 고독을 수족처럼 달고 다녀야 하므로 그냥 장삼이사의 나무꾼 정도면 좋겠다 저기 어느 폭풍에 쓰러진 나무 하나 무릎을 꿇고 있다 제 생을 누리지 못해 편히 눕지 못하고 앉아있는 것일까 그 부러진 가지아래 오글오글 모여 있는 개미들 그 밑동에 숲속 생물의 먹을거리가 다 들어 있는지 온갖 벌레들과 버섯들 알 수 없는 곰팡이들이 허옇게 듬성듬성 옹송그리며 붙어있다 우리의 육신이 생을 다하면, 저 나무처럼 생물들의 먹이가 되고 모든 것 다 내어주는 신세가 된다하니 무상하기도 하거니와 문득 고즈넉한 마음도 차오른다 생에 대한 홀가분함이라고 할까 옥신각신 부대끼는 삶에 종지부를 찍는 저 나무의 풍장처럼 우리네 생도 저처럼 이로운 숲으로 환생했으면 그리하여 또 다른 후손이 바로 여기에 앉아 저처럼 생각하며 또 그런 사색에 잠겼으면 이 숲 안에 얼마나 많은 사유들이 잠겨 있을까 수 천 년 수 만년, 켜켜이 쌓인 명상들이 하나의 탑을 이뤄 숲을 지키는 정령이라도 되었으면 아른거리는 햇살하나가 가지사이로 내 눈을 비벼댄다 그 손길이 참 따스운 어느 날 오후, 내 영혼이 쪼그만 일광욕에 겨워 함박웃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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