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그냥 걸었어

풍경소리(양동진) 2011. 10. 13. 20:46

                  그냥 걸었어 




                                                         양 동 진



 


걷는 것을 좋아해

그냥 걷는 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 있지 

기쁘거나  슬프거나 또는  그냥 덤덤할 때도

밥을 차려먹듯  걸어가는 사람

뭐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 걷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걷는다

무릎이 약간 뻐근하다고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 말이다

그럴 때 자전거를 타지

걷다가, 걷다가 지쳐 다리가 멍멍할 때 

자전거는 비행기처럼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풍경들이 빠르게 내 앞을 스쳐지나가고

더 많은 풍광을 볼 수 있어서

시야는 눈요깃거리의 풍년을 맞고 

하지만 그것도 오래  타다보면 슬슬 똥꼬가 아파온다

엉덩이를 살짝 들어도 보고 비껴 앉아보기도 하지만

이도 저도 효험이 되지 않으니 

그땐 알맞은 처방전처럼  다시 걷지요  

그래서 또 친구처럼 두 바퀴를 끌고 

그러면 다시 느린 풍경들이 다가 오고 

빠르게 스쳐지나가던 나무며 꽃들이 살갑게 얼굴을 내 보이죠 

휙휙 스쳐지나가던 것이 못내 서운했는지

느린 발걸음 앞에서는 그렇게  살갑게 다가오나 봅니다


나는 자전거를 타며, 걸으며  생각 하나 새겨 넣었지  

오직 빠른 것만이 좋은 건 아니라고 ,

천천히 흘러가는 저 강물처럼,

때론 더딘 걸음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