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여름 나무
풍경소리(양동진)
2011. 10. 3. 11:05
여름 나무
양 동 진
일 년을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무성한 잎을 매달기 위해
꼭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냐고 묻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의문은 뿌리 속에 묻어두고 초롱초롱한 눈만은 부릅뜨고 있었지요
틔울 수 있다는 희망의 실오리를 붙잡고 그 아득한 혹한을 이겨내고
이렇게 버젓이 한 그늘 차려 놓았습니다
잠시 쉬었다 가시라고 햇빛 가리개 촘촘히도 세웠습니다
한 떼의 개미들이 바삐도 몸을 타고 흐르고, 매미는 아이처럼 들러붙어 징징 거려도,
세를 놓아줘서 고맙다고 딱정벌레는 연신 조아리는 것이, 다 예뻐 보이기만 합니다
모두가 내 전성기를 틈타 내 품에서 살아갑니다
당신도 어서 오셔요 가장 무성할 때 나눠주고 싶어요
나의 수혜를 놓치지 말구요 내 한창은 한 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