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사랑시)

가을 나무

풍경소리(양동진) 2011. 10. 2. 12:05

                  가을 나무



                                             양 동 진




내 몸은 완연한 풍요로 우거지고 

폭양에 한 시름 놓다가

이제 타들어가려 합니다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어드리고 싶어

이렇게 하나씩 벗어 드립니다

내 분신 하나 갈피에 넣고

꺼내  볼 수 있는 마음을 사랑합니다

아픈  기억도 잊지  못할 상처도

떨어지는 낙엽에 실어 보내세요

내가 당신께 줄 수 있는

마지막 한 때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붉게만 타올랐던 화려한 끝자락을 기억해 주시고  

마지막 한 잎이 다할 때 까지

쓸쓸한 바람 안고 서 있겠어요

헐벗은 내 육신 사그라지기 전에

꼭 한번 나를 보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