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숲
풍경소리(양동진)
2011. 10. 1. 12:55
숲
양 동 진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말을 통하지 않아도
속삭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심오한 언어로
내밀한 가슴을 열어젖히는
너의 포근함이 좋다
간혹 침묵의 대화를 엿듣는 바람이
시샘하듯 가지를 흔들어도
그냥 몸을 맡기듯이
바람의 놀잇감이 되어주는 넉넉함이 좋다
성냄으로 다가서는 발자국도
포근한 풀밭으로 이끌어
무거운 한 짐 내려놓게 하는
넘치는 슬픔을 안고 들어가도
물에 풀리는 설탕처럼 녹아내리게 하는
비와 바람에 부대끼면서도
불평 한 자락 남기지 않은 채
끝내는 온몸을 찢어
어느 고독한 영혼을 밝히는
따사로운 불길로 환생하는
너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