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2011년 가을에
풍경소리(양동진)
2011. 9. 11. 21:48
2011년 가을에
양 동 진
폭우에 쓸려간 길을 걸었다
자갈들이 울퉁불퉁 고개를 내민 채
여기저기 움푹 파인
흉물스런 형상으로 뒹굴고 있는 황톳길
여름의 억수 같은 비에
할퀴어진 상처 아물지도 못한 채
한가위를 쇠고 있는 농부들의 쓸쓸한
그 심정처럼 벌겋게 충혈된
이 헐벗은 길
가을햇살은
마지막 힘을 보태려고
야무지게 낱알들을 여물게 하네
걷어붙인 농군의 팔뚝엔
송골송골 비지땀
헤쳐진 상흔들이 흉터 없이
말갛게 새살로 돋아나기를
마음 한 자락
바람결에 날려 보내고
돌아오는 길
추석은 비와 바람에
쓰러진 마음들을 추스르는
한 마당 이기를 기도했다
지금 들판은 뻘뻘 구슬땀으로 흥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