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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의 여행

풍경소리(양동진) 2011. 9. 2. 21:22


                 밥의 여행 


                    


                                            양 동 진



밥을 오물오물 씹어요 죽이 될 때까지

하지만 죽 맛과 씹어서 만든 죽은 비교할 수 없지요

침과 밥이 어우러진 절묘의 배합을 죽이 당해낼 순 없지요

꼴깍 삼켜요 미끄덩한 식도에서 미끄럼을 타요

급히 흐르다가 가끔은 사레에게 멱살을 잡혀요 사레들린 거지요 

다음 정거장은 위장이죠 

걸쭉하게 곤죽처럼 꿀렁꿀렁  침 같은 게 마구 범벅이 되네요

사정없이 조몰락거려요  날 완전히 녹여버리려나 봐요

가스가 차요 숨이 막힐 것 같아요 아까 먹은 튀김이군요

이집 주인장은  기름기를 싫어해요 담백한 먹을거리를 좋아해요

또 깜박 했네요 다시 고갯길을 넘어 갑니다

아니 여긴 길이 꼬불꼬불 하군요 구절양장 같아요

길눈 어두운 나그네는  미아가 될 지경입니다   

완행열차 인가 봐요 꿈틀꿈틀 굼벵이처럼 연동으로 가요 

낙천적인가 봐요 어슬렁어슬렁 굽은 길을 걸어가네요

아!  어디선가 악취가 스멀스멀  풍겨 와요

코를 찡그리니 어서 바깥공기를 쐬고 싶어요

또다시 몸서리치며 꿈틀거렸어요 혈액이 위로 쏠리는 느낌도 나네요

다행히 한 번에 시원하게 밀어 냈네요 

근데 여기가 어딘가요 누가 킁킁 거려요 짚더미 곤죽위에 냄새도 심하구요

멱따는 소리 꿱꿱, 코가 들창이네요

어 제 분신을 먹고 있어요

아 또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 봐요

때를 잘못 잡았네요. 제주도 여행 중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