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소라의 동굴에는 바다가 있다

풍경소리(양동진) 2011. 8. 31. 21:08

            소라의 동굴에 바다가 있다 


                                                                  양 동 진



파도에 밀려 온 소라 껍데기 모래 물결에 출렁거린다

껍데기는 가라 해서 백사장까지 밀려나고   

옛적에는  패화로도 쓰였을 보배였지만,  이젠 찬밥 신세

알맹이는 까먹이고 쓸모없는 껍질들만 켜켜이

비췻빛 물결에 몸을 맡긴 채 굴러다녀요 


조개껍데기 고동 각피가 한데 뭉쳐 패총이라   

그 조개무지 속에 유난히 덩치 큰 소라

모양 좋은 수석을 줍듯 움켜쥐었다


뭉툭한 가시처럼 돋아난 까칠한 살갗

너의 말에 귀를 대고 한참이나 서있었지

살포시 갖다 댄 귓가에  

바다의 내력을 주저리주저리 들려주었지

살아 온 역정과 이력을 웅웅 속살거렸지

비릿한  동굴에서 해조음이 쏴쏴 들릴 때

자맥질하다 물먹은 듯 알싸한 콧속을 느꼈어


여기 천리나 떨어진 육지, 내가 살던 해원의 소리를 듣고 싶어 

너를 품속에서 꺼내어 쫑긋 귀를 댄다   

그러면 너는 나선계단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오지

우렁우렁 반향으로 몰고 나오는 소리


해양에서 보내는 주파수를 잡기위해 청각의 안테나를 밀어 올려라  

속속들이  너의 소리를  기억의 갈피에 차곡차곡 쌓아 두리라  

바다가 그리울 땐 다디단  곶감처럼 너를 맛나게 핥아본단다

소리에도 짭조름한 미각이 있었구나  

네가 그리우면 울퉁불퉁 소라 동굴로 터벅터벅 걸어가지


책상 위에 턱을 괴고 눈 맞추는 소라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