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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바다

풍경소리(양동진) 2011. 8. 23. 19:12

             추억의  바다 


                             

                                   양 동 진



너와는 인연이 엿가락처럼 끈적끈적하다

캄캄한 방에서 쪼그리고 기다릴 때  

양수 속에서 출렁거림을 들었다

포근하고 아늑한 웅덩이 같았다

모래집물 부력으로 찰랑찰랑 자맥질도 하고 

빙그르르 맴돌이도 하고 

태동 소리는 항상 정겨웠다 




바닷가 잇닿은 곳에 학교가

종려나무처럼 서있었다

소금바람  부는 창가엔 마음 쐬는 내가 있었고

어떤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듯 수평선에 쏠려 있었다

너의 색깔을 떠올리며  백지를 채웠다

미술시간에 파란 크레파스로 맞바꾼

무덤덤한 교육으로 너를 그렸다

어느 날 뚫어지게 쪼아대는 시선을 느꼈다

나를 들여다보라는 소리가 파도에 실려 왔다

하늘 가까운 갯바위 위에 앉아

수평선과 얘기를 나누다  비밀 하나를 알게 되었다  




순간 눈에 들어온 발견 하나

층층마다 색조가 달랐던 것이다 

단색이 아닌 멀리 갈수록 짙은 파랑 이었다

옅은 파랑 중간 파랑 짙은 파랑

잔잔한 파랑, 빗살무늬 파랑, 땡땡이 무늬 파랑, 

그와 속내를 터놓고 마주보다가 알게 되었네

너는 한가지의 단조로운 파랑이 아니었음을.

 

 

 

바다와 소년 / 양 동진



부둣가에 간다,

먹먹한  가슴 풀어 헤치려 


고독은 유통기한이 없어

반품할 수도 없는 애물단지


고독은 

날마다 드나드는 조수처럼 

수시로 드나들고


역한 맘속 갈앉히려 

비린내 품은 내항으로 가면

갈매기들 우르르 몰려다니며

떼 지어 푸드덕 날아오를 때


쭈그려 앉은 기다림은  날개가 돋아 

퍼덕퍼덕 돋쳐 올라


아이가 사라졌다

깃털 몇 개 풀럭거릴 뿐  

덩그러니 신 발 두 짝

바람이 살살 어루만질 뿐 


어딘지도 모를 , 날아가고 싶은

미지의 세계

거미줄처럼 얼키설키 엮인 

헝클어진 일상의 덫에서   

박차고 날아오르는 꿈

유유히 지상과 하늘사이

자유로운 영혼처럼 유영하는

저 새, 갈매기여!  


절망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   

썰물의 모래밭으로 가

허심의 마음으로

무작정 파내려 가다  

펄 속을 거닐 던

새끼 조개를 캐고

나는 도로 놔 주었네

더 살다가라고


해뜨기 전 나간 어머닌

아직 돌아오지 않고

대신 어둠이 돌아 왔네

온종일 어묵과 튀김과 토스트를 나르는 손

부르튼 손과 발에

거친 시간의 나이테가 박히고

스무 살에 시집 와 나를 낳고

수줍어 손님 눈 마주하지 못했다던 여인은

이제 주정꾼의 막말도 되받아치는

두꺼운 넉살이 되고  


기다림이 파도에 부서져 

낯선 사람에게 맹렬히 미친 듯 짖어댈 때

저절로 피어오르는 광기 같은 거품이

떼거리로 몰려와 이성의 무릎을 꿇어앉힌다.

정처 없는 방랑자의 뒷모습 같은 

쓸쓸함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저녁 바다

그것이 불쑥 고개를 내밀며 따라오라 손짓하면 

더러는 따라가 불귀의 몸이 된다 


모두가 잠든 새벽 홀로 일어나

밀린 빨래를 한다, 어머니는

언제 잠을 자는지

항상 의문부호를 달고 다녔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