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봄비 / 이동순
풍경소리(양동진)
2011. 8. 22. 11:01
이동순
봄비
겨우내
햇볕 한 모금 들지 않던
뒤꼍 추녀 밑 마늘광 위으로
봄비는 나리어
얼굴에 까만 먼지 쓰고
눈 감고 누워 세월 모르고 살아온
저 잔설(殘雪)을 일깨운다.
잔설은
투덜거리며 일어나
때 묻은 이불 개켜 옆구리에 끼더니
슬쩍 어디론가 사라진다.
잔설이 떠나고 없는
추녀 밑 깨진 기왓장 틈으로
종일 빗물이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