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봉황수 / 조지훈

풍경소리(양동진) 2011. 8. 21. 11:37

           봉 황 수



                                         조 지 훈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鳳凰)새를 틀어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르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佩玉)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九泉)에 호곡(呼哭)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