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어느 해수욕장을 걷다가
풍경소리(양동진)
2011. 8. 20. 21:49
어느 해수욕장을 걷다가
양 동 진
산호의 죽음이 밀려와 만들어진 백사장 바다를 보았는가.
유난히 희디흰 그 모래알 들이 햇빛 과 뜨겁게 비비며
만들어 낸 눈부심이 해변을 가득 채운다
퍼석퍼석 발밑에서 부서지는 소리
밟혀서도 기분 좋은 촉감으로 울려 퍼진다
부드러운 눌림의 느낌으로, 죽어갔던 산호들을 생각한다
우리도 이렇게 부서지고 썩어 들어가 한줌의 흙이 되면
누군가의 맨발 밑 포근한 감촉으로 피어났으면 좋겠다
파도에 출렁거리는 모래들이 하얀 거품을 물고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노라고 말하는 듯싶다
파도에 억겁의 세월을 맡긴 모래알
찬란한 생명의 알갱이처럼 반짝거리네
우리네 인생의 모래알도 그렇게 반짝거릴까
따라온 발자국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