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한낮 / 박성현

풍경소리(양동진) 2011. 8. 17. 12:55

                  한낮 


                                 박 성 현

 

 

버스가 서울 역사박물관 앞에 멈췄다.

된장국 냄새가 솔깃하다.

골목을 돌고, 다시 골목 끝으로 가면,

저 편에 집 한 채 기우뚱 있다.

영산홍이 피고, 떨어졌다 다시 피는 5월에도

그 집은 비스듬히 서 있다.

 

녹슨 파란색 철재 대문을 지나면

텃밭 같은 마당에 큰 개 한 마리 햇볕을 쬐고 있다.

몇 몇 노승이 한 세월 돌아가면서

입고 다니던 장삼처럼 곧게 펴져 있다.

시멘트 담 가까이 돋아난 풀잎이 흔들린다.

허기진 마음이 풀잎을 따라 바닥으로 잠긴다.

풍경소리가 난 듯했으나 바람이 항아리를 울리고 간 소리다.

항아리에는 된장이 익어간다.

대청마루에 모시적삼을 입은 부부가 나란히 세모잠을 잔다.

수백 년 전의  모조리 잊히지만 한낮에는 되살아났다.

 

우체부 김 씨가 소포를 가지고 초인종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