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무제

풍경소리(양동진) 2011. 8. 14. 22:19

             무제  


                                                  양 동 진



과녁의 정곡에 꽂히기 위하여

무디고 헐거운 날을 갈고 닦는다

쓱쓱 갈리는 소리에 하루해가 잘려나가고 

서슬 퍼런 날 위에는  

푸른 독기의 마음결이 산다

아무도 설 수 없는 척박한  날 위에서

삶의 줄타기는 아슬아슬하고 

오직 반짝이는 묘사를 쫒고 있다 

총검은 적의 인후부를 지향하라는 

비장한 언어의 서슬을 품고

마음을 움직이는 염력을 깨닫고자  

울음의  밑바닥으로도 추락해 본다

칼날 위의 낙하  그 아득함으로

가파른 내면의  깊이를 더듬는다

상상이 몸을 뒤틀며 쥐어짠 문자마다

생의 푸른 기운을 불어 넣는다 

삶의 아픈 칼날을 품고 사는 덧난 사람들  

그 삶속에 허우적대는 잠든 의식을 향해 

허무가 쓰러지고 희망의  깃발을 위해

나는 또 지친 하루를 일으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