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폐가(廢家)/ 이수익
풍경소리(양동진)
2011. 8. 12. 13:06
폐가(廢家)
이수익
빈 산막(山幕)엔
능구렁이처럼 무겁게 살찐 고요가
땅바닥에 배를 깔고 숨을 몰아쉬고 있다.
흙담이 무너져내려 썩고 있고, 나무기둥이며 문살이
오랜 세월 비바람에 썩고 썩어
향기로운 부식의 냄새를 피워 올리는,
이 버려진 산막 하나가 고스란히 해묵은 포도주처럼
맑은 달빛과 바람소리와 이슬을 먹고 발효하는
심산(深山)의 특산품인 것을.
―신이 가끔 그 속을 들여다보신다.
(『푸른 추억의 빵』.고려원. 1995 )
출처 : 외출을 벗다
글쓴이 : 워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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