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여인

풍경소리(양동진) 2011. 8. 11. 20:40

                       여인 



                                  양 동 진


교교한 월색이 창백하게 처마에 걸려 머뭇거리다 이내 구름에 가려 보일락 말락 하는데,


장지문에 비쳐오는 여인의 그림자는 바느질을 하고 있구나. 


서걱서걱 풀 먹은 이불 홑청 서걱거리는 소리가, 쓰르라미 우는 소리 사이에 끼여 환하게 들린다.

 

 

침묵의 장단을 맞추려는지 각각의 소리가 제 분수를 아는 듯 낮은 소리들이 조화롭다.


풀벌레 소리 가득한 앞마당엔 소담한 연못이 달빛에 잔즐거린다.

 

보석가루를 뿌려 논 듯  착란에 빠져든다.


부드러운  한줄기의 바람이 수면을 스치고 지나가면 연꽃잎이 가볍게 나풀거린다.

 

잔잔한 바람의 선율에 춤을 추듯이.


대나무 이파리들이 서늘한 밤공기에 서로를 붙잡고 서걱거린다.


달빛과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에 어디선가 ,


별똥별 하나 화려한 꼬리를 흔들며 저 산 너머로 사그라지는데, 아무도 보는 이가 없구나.


별이 총총한 한밤에 눈동자 아롱진 여인의 바느질 호비는 소리는, 달빛이  묻어  깊어만 가네.


어둠이 깊어가는 밤에 저고리는 한 집안의 생계를 위하여 온밤을 깁고 있다.

 

 

 

 

         밤을 깁는 여인 



                                  양 동 진


교교한 월색

창백하게 처마에 걸려  

이내 구름에 가려

보일락 말락 하는데,


장지문에 비치는 꽃 같은 그림자 

이불 홑청 서걱거리는 소리

쓰르라미 우는 소리 

환하게 들려


침묵의 장단을 맞추려는지

각각의 소리는 제 분수를 아는 듯

낮은 소리로 조화로워 


풀벌레 소리 가득한 마당엔

소담한 연못이 달빛에 잔즐거리고 


옥가루 뿌려 논 듯 

비단 같은 한줄기 바람

수면을 스쳐    


연꽃 잎 나풀나풀

춤추듯 

대나무 이파리 사르륵 사르륵  


달빛, 별빛 그득히 

밤하늘 어디선가 

별똥별 하나 오색 꼬리 흔들며간다

저 산 너머로


허나, 아무도 보는 이 없구나.


별 총총한 밤

눈빛 아롱진 여인

바느질 호비는 소리

달빛 묻어 깊어만 가네.


어둠이 소복한 새벽 

저고리는 한 집안의 생계 위해 

온밤을 깁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