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
여인
양 동 진
교교한 월색이 창백하게 처마에 걸려 머뭇거리다 이내 구름에 가려 보일락 말락 하는데,
장지문에 비쳐오는 여인의 그림자는 바느질을 하고 있구나.
서걱서걱 풀 먹은 이불 홑청 서걱거리는 소리가, 쓰르라미 우는 소리 사이에 끼여 환하게 들린다.
침묵의 장단을 맞추려는지 각각의 소리가 제 분수를 아는 듯 낮은 소리들이 조화롭다.
풀벌레 소리 가득한 앞마당엔 소담한 연못이 달빛에 잔즐거린다.
보석가루를 뿌려 논 듯 착란에 빠져든다.
부드러운 한줄기의 바람이 수면을 스치고 지나가면 연꽃잎이 가볍게 나풀거린다.
잔잔한 바람의 선율에 춤을 추듯이.
대나무 이파리들이 서늘한 밤공기에 서로를 붙잡고 서걱거린다.
달빛과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에 어디선가 ,
별똥별 하나 화려한 꼬리를 흔들며 저 산 너머로 사그라지는데, 아무도 보는 이가 없구나.
별이 총총한 한밤에 눈동자 아롱진 여인의 바느질 호비는 소리는, 달빛이 묻어 깊어만 가네.
어둠이 깊어가는 밤에 저고리는 한 집안의 생계를 위하여 온밤을 깁고 있다.
밤을 깁는 여인
양 동 진
교교한 월색
창백하게 처마에 걸려
이내 구름에 가려
보일락 말락 하는데,
장지문에 비치는 꽃 같은 그림자
이불 홑청 서걱거리는 소리
쓰르라미 우는 소리
환하게 들려
침묵의 장단을 맞추려는지
각각의 소리는 제 분수를 아는 듯
낮은 소리로 조화로워
풀벌레 소리 가득한 마당엔
소담한 연못이 달빛에 잔즐거리고
옥가루 뿌려 논 듯
비단 같은 한줄기 바람
수면을 스쳐
연꽃 잎 나풀나풀
춤추듯
대나무 이파리 사르륵 사르륵
달빛, 별빛 그득히
밤하늘 어디선가
별똥별 하나 오색 꼬리 흔들며간다
저 산 너머로
허나, 아무도 보는 이 없구나.
별 총총한 밤
눈빛 아롱진 여인
바느질 호비는 소리
달빛 묻어 깊어만 가네.
어둠이 소복한 새벽
저고리는 한 집안의 생계 위해
온밤을 깁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