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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풍경소리(양동진) 2011. 6. 20. 20:36

                        인연 


                                        

                                                                양 동 진


 

 

마음이 시멘트처럼 굳어 갈 때는

작정하고 자전거를 탄다.
온통 하루를 바람을 가르는데

시간을 보내다가 해가 설핏 기울었다

불빛을 준비하지 못해

어둠을 뚫고 달리는데
밤눈 어두운 풍뎅이 한 마리 얼굴을 쳤다
나도 캄캄하고 풍뎅이도 어둡고

칠흑 속에서 둘은 부딪쳤다 

그 시간 그 지점에서

그것과 내가 만날 확률 얼마던가!
그리고 인연을 생각했다

이승에서 이렇게 잠깐 부딪는 연
억겁의 세월을 뚫고

스치기 위하여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것처럼 나를 스치는 사람들도  

기막힌 만남이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