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서
강변에서
양동진
무심한 밤에
홀로 산보를 하네.
인적 없는 공원 가로등불
온화한 빛
자기 팔만큼 벌리고
내리 비치네
발자국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적막을
강가에 들려오는
물새소리가 흩어뜨리네
오라는 곳 없어도
갈 곳 많은
나그네 마음 생각하며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의 대지를 걷네
반겨주는 사람 없는
야심한 밤 강가
침묵과 고요만 가득하네
전등 불빛
아른거리는 잔물결
발랄하게 춤추 듯
살랑거릴 뿐.
그 강물 애잔함을 쫓아
자꾸 발을 옮기네
달밤에 홀린 듯
유영하는 몽유병자처럼
깨어나면 강변에
서있는 그림자 하나
내 마음 헤아리는 애인이여
기쁠 땐 보석처럼
빛나며 발랄하지만
슬플 땐 깨진 유리조각들
뿌려 놓은 듯
차갑고 냉정하네.
마음 위로받고 위로하고
때로는 친구처럼 연인처럼
어쩌면 숙명일지 모르는
관계를 이어가네 .
따스한 가슴 안기면
변함없는 애정으로
보듬고 쓰다듬어
모성애의 바다처럼
한 없는사랑 베푸네
아이 응석 받아주듯
온화한 미소 머금고
잔잔히 제몸을 반짝이며
하얀 웃음 던지고 있네.
바람 따라 변하는 표정은
세상의 오묘함
다 모아 논 듯
다채롭네.
어여쁜 그대 만나러
홀로 그곳에 가네.
오롯한 자태
홀로 독점하고 싶어
오늘도 만날 기대에 부풀어
밤안개 헤치며
깊은 고요속으로
나는 흘러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