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소년과 염소
풍경소리(양동진)
2011. 6. 2. 21:20
소년과 염소
수평선이 뵈는 풀밭 위에
넉장거리로 사람 하나 누웠습니다.
아스라한 뭉게구름 탐스럽게 피어오르고
아른거리는 먼 배는 가물가물 흘러갑니다.
매어둔 염소 오물오물 바랭이를 뜯고
야물야물 되새기다가 맬롱 나온 배는
동글동글 알똥 들을 싸댑니다.
까만 구슬 똥 산양 눈알을 닮았네요.
짠바람이 초원 위를 시원하게 빗질합니다.
해종일 바다만 바라보다가
하늘 한번보고 바람한번 쐬고
그것도 지겨우면 콧구멍에 강아지풀 비벼댑니다
벌름거리는 모양보고 입꼬리 올리며 히죽거립니다.
매애 매애 성가시게 말라고
도리질하며 뛰어다니면
새끼들은 졸졸 어미 곁을 에돌다
쩍쩍 입맛만 다십니다.
아이는 돌아올 배를 생각하고
어미는 새끼들 먹을거리를 반추합니다.
통통배 지나가며 휜 꼬리를 만들며
가뭇없는 연기도 만들다가 이내 사라집니다.
해는 자울자울 기울고
서늘한 바람 소름을 돋우면
소년은 내려갈 채비를 합니다.
염소는 실컷 풀을 먹고 아이는 맘껏 낮잠을 자고
오솔길 따라 나란히
네발과 두발이 사이좋게 내려옵니다.
해도 따라 낮은 데로 향합니다.
발그레한 얼굴로
해가 슬렁슬렁 따라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