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비와 삽살개

풍경소리(양동진) 2011. 5. 22. 19:27

                      비와 삽살개



                                                            양 동 진



사람 없는 집을 삽사리 한 마리 지키고 있습니다.

흙바람 날리며 매지구름 몰려옵니다.

후드득후드득 양철지붕 때리는

빗소리에 귀 쫑긋 세웁니다.

지붕 밑에 물방울 똑똑 흙바닥에 노크를 합니다. 

인기척 없는 집에 공손하게 헛기침도 합니다.

혼자 있다며 꼬리를 흔들고 

빗방울이 알았다고 자리에 앉습니다.

아예 자리를 펴고 팔자 좋게 누웠습니다.

그 자리엔 흥건한 물웅덩이 생기구요.  

신나는 개는, 꼬리를 치켜들며 

기쁜 만큼 혀를 날름거리고   

첨벙첨벙 물장구를 쳐대다가 

오후의 그림자처럼 포근하게 엎드렸습니다.    

어느새 구름사이로 햇살이 번져

빗소리는  잦아 갑니다.

꿈속에서 앞마당에 삽사리는

햇살에 눈부신 방울방울 어지러워

빙빙 맴돌이를 합니다.

조붓한 마당에  오붓하게 노는

비와 삽살개의 행복한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