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한 잎
풍경소리(양동진)
2011. 5. 20. 21:14
한 잎
양 동 진
나뭇잎이 바람에 떨어진다.
가느다란 손으로 마지막 까지 버티던 손아귀의 힘은
허공으로 흩어지며 둥실한 중력의 침대로 사뿐히 올라앉는다.
지상이 당기는 힘과 줄기의 버티는 힘이 팽팽히 맞물리다가
미련 없이 내려놓는 나무.
산의 정상에 올라서서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마음으로
한 잎 생의 끈을 놓는다.
뜨거웠던 여름의 추억도 파릇파릇 돋아나던 생생한 기억도 실어 보낸다.
뿌리 속에서 분주히 양분을 퍼 올리며 새끼들을 키우던 나무는
이제 제 몫을 다한 수족의 일부를
한 잎으로 잘라내어 뿌리의 양분으로 떠나보낸다.
봄 햇살처럼 생생함으로 피어 올리기 위하여.
빠르게 팔랑거리며 몸을 굴리며 어지럽게 흔들려도
바람은 매몰차게 그의 몸을 채찍질하듯
포근한 공기 위의 잠자리에서 떨어낸다.
지나가는 낯선 바람의 결에 밀려 완만한 곡선으로 내려앉는다.
모든 자양분을 밑동 속으로 축적하고 다시 새순으로 솟아나기 위해.
뼈만 남은 노인의 골격 같은 앙상한 몸을 바라보며
가만히 땅에 눕는다.
환생의 기쁨으로 기꺼이 썩어가는 한 잎의 삶.
온 몸을 비와 바람에 그리고 햇빛에 고이고이 내어주고
티끌의 일원이 되어 흙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