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철길
풍경소리(양동진)
2011. 4. 1. 20:05
철길
양동진
늘 그랬듯이
철길을 따라 걸었다
철마가 달리던 그 길 침목을 밟으며
바람소리 화음을 넣으며 둘이서 걸었다
오래된 향나무 속에서 새들이
돌림노래 합창을 하며 조잘거린다
그 소리를 곁에서 듣고서,
" 나도 한 소절 해도 될까요."? 하며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차오른다
돌무더기 길게 이어진 레일위로
징검다리건너듯 침목을 밟으며 걷는다
아직 피어나지 않은 앙상한 나무들이
잔뜩 움츠리고 있고 머지않아 그들의 가지에
파릇한 잎사귀가 탐스럽게 솟아날 것이다
인적 드문 철길 위로 흘러가니
나만의 길이라 생각되어
호젓한 기운이 짙게 배인다
기찻길이 강을 건너는 초입에서 머뭇거렸다
앞에 놓인 깊은 허공이 어지러워 한발 디디다,
가슴이 콩닥거려 그냥 멈춰 섰다
바람은 무섭지도 않은지 철길다리 위를 쌩쌩 달리고 있다
아침해가 설핏 눈에 간지럼을 태우고, 다시 발길을 되돌렸다
걸어온 그 철로를 따라 되돌아 오는 길
조용한 산책길은 어디든 반갑고 살가운 길이다
나는 침묵 속에서 삶의 평정을 얻는다
오래전부터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