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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나라(수필)

풍경소리(양동진) 2010. 4. 2. 21:14

환상의 나라

 

양동진))

             

바닷바람이  소리 없이  그윽하게   불어온다.

어디서부터  이 바람이  시작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알 수  있는 건    지평선  어디에서  불어  왔을  거라  추측만  할뿐.

누구도  그  바람의  근원지는  알 수가  없다.

심증만  있을  뿐이지  물증은  없다.

아득히  먼  수평선은   나에겐  동경의  대상 이었다.

 

 

그것은   동화책에  나오는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일수도  있고  아니면  여인들만  산다는, 

제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어도  일  수도  있다.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  중에  그는  종종  여인국 나라에  표류해서   그  곳에서  살아가는  그런  그림을  그렸다.

 

 

여인들로만  구성된  이  나라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곳은  그에게는  매력적인   곳  일수  밖에   없었다. 

남자는   단  한  사람도  없기에  모든  여인들은  그  사람을  칙사  대접을  한다. 

항상   상다리가  휘어  지도록 음식들이   차려  올려지고  심지어는 떠  먹여  주기도  한다.

마치  왕의  시중을   드는  궁중의  생활형태  같았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국왕을  모시는     참모진과   경호원 수행비서  등등  어떤 일도 

문제  없이 그의  명령에  따라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

이  모든  사람들이  어로생활을  하는지   농경  생활을   하는지 그는  관심이  없다. 

그저   그의  말 에 따라  모든 것  들이  척척  이루어  지는 것이  신기하고  기쁠 뿐이다.

 

 

그  나라에서도  세상에서  일어  날수  있는  일은   모두  일어났다.  

전쟁이나  약탈 등등.     하지만  그들에게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들이  속한  부족을  이어나가는  일이었다. 

 그래서  한  남자가  그  섬에    떠밀려   오거나 하면 서로  앞 다투어 부족의  생존을  위해서,

 

남자를   독차지하기  위해서  피를  흘리며  싸우기도  했다.  그건  쾌락을  추구  해서도  아니었고,

남자의  매력에   감탄하여서   그런 것 도  아니었다.

 

 

 

 언제부터  이  섬에   남자의  씨가  마르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생계를   위해서  배를 타는  남자들이  하나  둘씩  죽어  나가다  보니, 

 남자들이  사라졌구나! 하는   추측만  할  뿐  이었다.

 그는   이런  생각들을   곰곰이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하루의   일과는 빠듯하게  이어져  나갔고 그저   하는  일이라곤 

 옆에서  시중드는 여인들과  놀고  마시고  음악과  가무를   즐기는  거였다. 

 

 

물론  밤에는 자신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 할 수  있는 그런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횟수와  시간이  철저하게  통제되는 일정한  규칙이  있어서  혹사  당할  염려는  없었다. 

그날  그날의  몸의  상태를  점검해  주는 숙련된  의사는 

그를   일 거수  일 투족  기록하며  관리하고  있었다.

왕을  모시듯 지극정성을   다하는   그들의 태도는   숙연하고    경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남자가  죽게  된다면  종족을  보존 할 수  있는 

절대 절명 의   기회를 놓칠 수  있기에  그렇게  간절했던  것이다.

음악과  문학을  좋아  하는  그를  위해서  온갖  책들과   음악들이  제공  되었고 

너무나  본인  중심적으로  움직여  지는 게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봄볕이  따스한 어느 날  바람 한  점  없는  푸른  초원에  여인의   무릎에 살포시  기대어 누워있었다. 

밝은  빛과  온몸에  퍼져오는   봄기운을  느끼며  감기는  두  눈. 

어른거리는  노란빛과 푸른빛이  산란을  일으켜  어지러운 듯  지그시  눈을  감는다. 

온몸의  나른함이 전신에  퍼져  깊은  수면의  심연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리고   저  멀리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먼  수평선에서  희뿌연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  오르며 

몽실몽실한  모양으로  점점  다가오는  듯 했다.

그  소리는  귓가에 조금씩  희미하게 속삭이듯  다가왔다.

마치  늘어진  테이프의 음향처럼. 

그러다가  갑자기  고막을  찌르는 듯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소리가  너무 커서  사지를   들썩  거릴 정도였다.  

그건  사람의  목소리였고 그를  부르는 듯 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몰려왔다.  

낯익은 그  목소리는   갈갈하면서  힘이  넘쳤다. 

여장사의  포효 같기도  하고  육중한  여자역사의  기합  소리 비슷했다.

 

 

 

“동   진  아  ........학교안가니,    8시다.......”

낯익은   여인의  목소리   그건 그의  어머니였다.

달콤했던   여인국의  환상적인 꿈은  거칠고  우악스럽게  다그치는  소리에 

산산이   흩어져 하늘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마치   바다의  신기루처럼.

이불속에서  그  달콤했던  시간을 다시  떠올릴  요량으로  뒤척뒤척  거렸지만 

두껍고 큰 어머니의  일타는   잠에서  빠져나오기에   충분했다.

통증이  등짝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자 그는   본능적으로  재빨리  움직였다.

더 큰   응징이  날아오기  전에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  하면서 짧은 이야기를  써  봤다. 

이  내용은  초등학교  사춘기  즈음에  실제로  꾸었던  꿈을  바탕으로 썼다. 

 물론   얼토당토 한   이야기지만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나는   항상   환상의  꿈에  빠져서  살았었다. 

고달픈 가정의  현실과  혼자만이  가졌던  장애 속에서  난  항상 마음속의   이상향을  그리워  했다. 

 

 

 그것을  충족  시켰던  것은 동화속의  나라가  되기도  했고  전설속의  섬 일수도  있었다. 

그  꿈들은 내  상상의 나래 속에서 

마치  몽상가처럼  바다나  산을  헤매게  하기도   했다. 

불혹의  나이를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꿈을 꾼다.  종류는  다르지만  현실에서  만족 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그  속에서  채운다.

 

 

 내가  혼자서  산책을   좋아하는 것도  어쩌면  혼자만의   꿈을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어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꿈은 내  삶의   활력소이며,  무기력함을  치유해주는  친구이자, 

영원한  동반자요, 마음을  치유해주는   노련한  정신과 의사이다.

사랑하는  연인이요,  포근히  내 마음을   감싸주는  이상적인 어머니였다. 

 

 

오늘도 일상의   반복적인 틀  속에서 나는   꿈을 꾸며    마음의   휴식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