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추야산책
풍경소리(양동진)
2010. 3. 28. 11:59
추야산책
양동진
강 안개가 자욱하게
어둠을 채색하고 있는
공원의 가로등 불빛이
가볍게 철렁거리는
수면위를 타고 흐른다.
아른거리는 불빛은
짙은 안개에 얼비치어
내 눈에 들어온다.
띄엄띄엄 서 있는 가로등
그 길을 따라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스치듯 걸어간다.
스르륵 스르륵
옆구리를 스치는
음향만이 귓가를 스친다.
음습하고 무거운
회색빛 안개가
드리워져 있는
텅 빈 광장이 쓸쓸하다
흐르는 강물 곁에
봉긋하게 솟아있는 둔치에는
달빛에 몸을 적시며
낚싯대 드리운 강태공이
홀연히 앉아있다.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어두 컴컴한 그곳에서
그는 무얼 기다리고 있는 걸까
마음의 휴식인가
월척을 향한 기다림인가
어스름 속에
초연히 무언가를 기다리는 모습이
달빛 머금은 강물을 닮았다
안개 속에 휩싸인 몸이
촉촉하게 젖어오고
어느새 발걸음은
무거운 어둠을 제치고
따뜻한 훈기가 서려있는
집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비릿한 강 안개의 채취여
외로운 밤의 적막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