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고독(산문)

풍경소리(양동진) 2010. 3. 25. 17:56

두 팔에  미세하게  솟아오른  피부의  돌기들이  차가워진  공기에   반응을 한다.  

 체온을   올리기 위해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종종걸음에다   약간의  깡충거림으로  온기가  살아난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약간의  허기와  한기는   내  발을  집으로  향하게 한다.  

따뜻한  빛과  온기와   사람들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사각 슬래브 집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그리고  굶주린  배를 채운다. 

 날이  다시 밝아오는걸   창가를  통해  내리비치는  햇살에  내시신경들이  반응을 한다. 

 어렵사리 눈을 뜨고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한다.



  

습관적으로  이를 닦고   외투를  걸친다. 

내  발길은  어느새  바다로  향해있다.  

 변함없는   바다의  모습에  반가움을   전하려고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한 무더기의 돌을  아무런 생각 없이 툭  건드려본다. 

 

 

 내가  그토록 바라고  그리워  했던  바다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입자들이  내  온몸을  적셔주는  느낌에  나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할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장식물들을   벗어  던지고  저  푸른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바다는   나에게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이며,   사랑을 주는  자연의   상징이었다.  

 바다의  사시사철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을  배웠고   인간세상을   배웠다.  

해질 무렵이면  부둣가  제방에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저녁놀이  아름답게 초저녁 바다를   물들이면 

  난  그  바다를  보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어떤  구체적인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머릿속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  백색의   화선지처럼  

사고의  기능이  정지 된 것처럼 한  자리에  나는 앉아있다. 

 멀리서  해가  점점  바다로  빠져들어 간다. 

 

 

 그날의  마지막  찬란한  자기의  모습을  각인시키려는 듯   붉은 물결이 

 눈이  어른거릴 정도로  밝은 빛을  내다가  이내  그  붉은빛은  아스라이  사라져간다. 

 아쉬운  여운을  남기고  어둠의  시간으로  옮기어져간다.  

그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저녁놀이  사라지고  밤의 시간이 시작된다.



바다는  나의 쉼터이자  놀이터이다. 

푸른바다를   보고  있으면  모든  상념들이  사라진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 내나는  공기의   흐름이 나의 뺨을  스쳐지나갈 때 

 비로소  나는  한 장의 겉옷만이  나의  체온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늘은 화창하기  그지없다.

내가   이토록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  하늘을  누군가도  보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그 누군가에게  반갑다는 말이  하고  싶어진다. 

내가  느끼는  이  경외감을  같이  느낄 수  있어서   반갑다고.

그래서  우리는  친구라고.  

하늘을  보면서  상상의 말을  되뇌어본다. 

 아무도  대답하여  주지  않지만   그  누군가는  어디에서  대답을  해주었다고  생각하니  

세상은   아직도  살아갈 만하다고  되뇐다.



  아침의  바다는  썰물의 세상으로  변해있었다 .

  모래언덕이 자신의 몸을  환히  내보이고  있었고 

모래밭의  생물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게들은  모래밭에  나와  아침거리를  얻기  위해서  가녀린  발들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고

 그  이른  아침에  한  할머니가 안개 속에서  모래를 뒤척이고   있었다. 

 

 

바닷물을  잔뜩 머금은  모래의  한기는  노인의 거친 굳은살을  뚫고 뼛속까지  스며들어왔다. 

고된  노인의  인생살이가  느껴진다.  

그  넓은  모래밭에  그  노파는   혼자  외롭게  조개를  캐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호미로 모래를  파내는   소리에   주위에서  먹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게들이 

깜짝 놀라서   모래구멍으로  재빨리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  소리는   규칙적으로  일정하게  리듬에 맞추어진 것처럼   일정하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게들은  다시  모래구멍에서  나와서  먹이를  찾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