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넋두리
풍경소리(양동진)
2010. 3. 23. 00:21
텅 빈 운동장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소년.
아침 조회가 끝났으니 교실로 들어가야 하건만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조잘거림의 소리들이 가득 했던 곳에
순식간에 정적의 모드로 변해 버린 그 느낌이 너무 좋아
그냥 서있었다.
그리고 수업종이 시작됨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도
계속 남아서 이 적막을 즐기고 싶었다. 온몸에서 느끼는 짜릿한 전율.
그 느낌을 세월이 흐른 42살의 나이에도 그 때의 기분을 표현하고
싶은 건 혹 누군가도 이런 기분을 느껴 봤는지 궁금해서 이고
어쩌면 그런 기분을 느낀 사람을 찾아서 그 기분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절실하게 내게 필요한건
동감 해주는 마음 이란 걸 알았다. 성장배경 과 양육환경이 달랐던
두 남녀가 살아가면서 의견충돌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그런 것들이
그렇게 내 마음을 처절하게 슬프게 만들 줄은 미처 몰랐다.
가령 앞에서 말했던 그 고요함 의 오묘한 느낌에 대해서 말 할 적에
아내는 어떻게 초등학생이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냐며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럼 당신은 그 나이 때 뭐가 생각나느냐고 물으니
자기는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순간 생각 했던 게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물밀듯이 밀려오는 이질감 때문에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같은 한국 땅에서 태어 났어도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 있구나!
혼잣말로 되 뇌이면서 이런 말이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