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노래
동 반 8 - 나무의 노래-
강 계순
멈출 수 없구나
그대 사랑하는 일 나는
멈출 수 없구나.
온몸에 푸른 핏줄 세우고
부끄러이 충혈한 꽃망울 터뜨리고
조금씩 키 높이면서 그대에게로 가는 일.
겨우네 기진했던 잠
잠 속에 갇혀서 얽혀 있던 천 갈래의 소리
모두 풀어 헤치고 그대에게로 가는 일
멈출 수 없구나.
온 세상 적시면서 오는 비
온몸으로 받고
껍질 하나씩 아프게 찢으면서
스스로 자라나는 부드러운 팔, 터지는 울음
나날이 깊이 젖으면서 나는
멈출 수 없구나.
온몸 구석구석 등불을 켜고
금빛 후광에 싸여서 다가오는
그대 옷자락 한 손에 잡고
긁히는 바람 돌로 치는 징벌에도
그대 사랑하는 일 나는
멈출 수 없구나.
시구연구
♣ 멈출 수 없구나 : 그대에 대한 사랑의 지속성, 그대에 대한 나의 사랑의 열정
♣ 온몸에 ~ 가는 일 : 나무의 가지가 자라고 꽃망울을 터뜨리며 나무가 자라는 모습으로, 화자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나타냄
♣ 겨우내 : 겨울내내
♣ 잠 속에 갇혀서 얽혀 있던 천 갈래의 소리 : 겨울동안 휴식을 하는 나무의 모습
♣ 껍질 하나씩 아프게 찢으면서 : 사랑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아픔
♣ 껍질 하나씩 ~ 멈출 수 없구나 : 어떠한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도 임에게 다가가려는 시적화자의 사랑의 감정
♣ 긁히는 바람 돌로 치는 징벌 : 임을 사랑하면서 겪게 되는 고통과 괴로움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표현 : 사랑의 과정을 나무를 통해 비유하고 있음
주제 : 고통과 슬픔을 견뎌 내며 조금씩 키워 가는 사랑의 마음
해제
‘나무’를 시적 화자로 삼아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노래한 시다. ‘그대를 사랑하는 일’을 멈출 수 없는 시적 화자는 조금씩 조금씩 대상에게 다가가고 있다. 껍질을 찢으며 울음을 참으며 어떠한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도 임에게 다가가려는 시적 화자의 사랑의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