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행인

풍경소리(양동진) 2010. 11. 1. 09:45

행인(行人)

                   김광섭

  

갑자기 가시니

사방이 어두워서

동서남북이 다 없어졌네

 

저 어진 산 나직한 봉우리를

어머님 계신 지붕으로 알고

먼 절을 하며 가다 보니

그 아닌 길을 혼자 가고 있었네

 

어머님 앞에 아물거리던

고향의 낡은 뒤안길

창구미 상송 흰 벌!

 

남북이 통하면 먼저

뫼시고 가오리 가오리 하던

그 길이 다시 열릴 때

 

아들 따라 살려고 넘어 오신

어머님을 산에 혼자 두고

천지간에 산을 보며

눈물이 나서

어찌 혼자 가오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