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춘향이의 꿈노래

풍경소리(양동진) 2010. 10. 26. 20:29

춘향이의 꿈노래

                                     강은교

 

아주 기인 어둠이 날 손짓하고 있네

아주 검은 날개가 시방 날 부르네

등덜미에선 자꾸

부끄런 피(血)들이 멈칫대구

내 가락지 황홀한 가락지

심장을 조이네

 

아주 큰 손이 나를 껴안고 있네

아주 큰 눈이 내 간장 쓸개 숨구멍을 들여다보네

가슴에선 때없이 슬픈 웃음이

슬픈 기쁨들이 새나구

그렇지 내 꿈 사랑하는 꿈

罰이 되어 벌써 떠나구

 

     어쩔꺼나 어쩔꺼나

     네 울음 어쩔꺼나

     (날개 없는 새들 지저귐)

 

아 오늘밤은

피는 꽃 지는 잎이 한데 몸섞고 있네

아 오늘밤 꿈은

지는 잎 피는 뿌리 한데 입맞추는 꿈

님은 뵈지 않아

내 거울 조각 거울 혼자 흐느끼며

큰 칼 제 얼굴에 세상빛 주워 담아

 

     목숨은 하나 죽음은 열

     죽음이 열이면

     죽음의 집은 스물 마흔 無限

 

아주 먼 눈물이 날 출렁이고 있네

아주 오랜 배가 날 자꾸 실어가네

어쩔꺼나 어쩔꺼나

새벽은 멀구

내 고름 한 자락 땅위에 놓치이니

눈물 자국 자국마다 일어서는 누구 발자국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