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스크랩] 저리 붉은, 산다화

풍경소리(양동진) 2010. 10. 24. 10:28


저리 붉은, 산다화   

박 옥 위


1)
눈밭에서 쑥을 캐던 착한 딸 그 연이가
얼어 죽을 가난을 허물처럼 벗더니
거리서 픽업된 배우 신데렐라 되었지
2)
만주로 떠난 아재 울화에 병을 얻어
명주수건에 울컥 뱉어 꽃만 같은 첫 각혈
헹궈도 다시 헹궈도 청운의 꿈 못 버려
3)
애끓는 첫정을 무덤처럼 묻지 못해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소지하는 어스름
저녁 새 비스듬히 날아 가슴엔 서리 맺다
4)
살 속에 뼈를 심어 봉합하던 이 겨울
아픔의 뿌리쯤에 그리움을 접붙이며
폭설도 축복으로 받아 그림처럼 피고 있다


2007겨울호 시조 21

출처 : 풀꽃으로 일어나
글쓴이 : 풀솜다리 원글보기
메모 : 풀꽃으로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