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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맹꽁이 울음소리 / 송진권

풍경소리(양동진) 2012. 2. 5. 21:58

맹꽁이 울음소리

 

    송진권

 

 

소란스레 후두둑 막 퍼붓다가

들이붓다가 흙탕물 이뤄 떠난 것들을

따라가지 못한 물방울들이 칭얼대며

머위 잎이나 오동나무 새순에 엉긴 밤이구요

똑똑 물방울 듣는 소리 사이사이로 듣는

저 소린 분명 맹꽁이 울음소리인데요

황소가 영각을 쓰며 벽을 들이받듯

세상의 옆구릴 들이받는

이 소릴 따라 찬찬히 가보면

청솔가지 매운 연기 매캐한 집안

눈물 많은 식구 중 하나가

눈물 훔치며 뚝뚝 나뭇가질

분질러 아궁이에 불을 넣고 있을 거구요

내가 아직

뿔이 돋기 전

이도 나기 전

그저 하나의 숨이었을 때

보드라운 살덩이 하나로

살붙이들 가슴에 안겨서 들었을 이 소리 속에는

고모며 고모부며 그 고모의 아들딸들이며

마실 온 이웃 아주머니들까지

둘러앉아 감자에 소금 찍어먹으며

왁자하게 웃고 떠들며 얘기를 하고 있을 것이지요

해서 이 소리는

솥뚜껑 여는 소리를 내며

감자 익듯 긴 밤을 저 혼자 익어가서

폭신하게 익은 보름달을

둥그렇게 밀어올리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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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권 1970년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창비 신인시인상 당선.

출처 : 푸른 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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