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유희
서성이며 기다리는
풍경소리(양동진)
2011. 12. 25. 22:02
서성이며 기다리는
양 동 진
행여, 그의 그림자라도 스칠까 , 골목길 언저리에 핀 민들레처럼 서성거렸다
끝내 나타나지 않아도 체념처럼 발길 돌리는 날
가로등 불빛에 휘청거리는 달그림자 밟고 돌아오는 길
바닷바람은 짜고 쓰렸지만 , 옷깃을 자존심처럼 빳빳이 세우고 걸었다
갈매기 하나 길을 잃고 헤매는, 횟집 간판 눈에 들어와
바다 향 싱싱한 횟감을 알리듯 갈매기의 힘찬 날갯짓,
그 비상처럼 탑동의 불빛은 휘청거리고
그 새, 까만 눈동자처럼 돌아가는 밤길은 칠흑으로 내 어깨를 짓누르고,
나는, 끝내 다이얼 앞에 망설이는 먹통의 수화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