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스크랩] 술 ㅡ 유영금

풍경소리(양동진) 2011. 12. 1. 11:32

 

 

 

 

 

 

 

 

 

도발적인 년

사내들이 꼼짝없이 감전되고 말아

목젖을 애무할 때

아찔한 쾌감 짜릿짜릿 고조되거든

 

그 맛에 흐믈흐믈 녹아

낙주가는 쓸개를, 관주가는 췌장을

폐주가는 간을 바쳐 사랑하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애첩인 거야

 

발칙한 년

이름도 향기도 수만가지

성질이 얼마나 더러운지

사내들의 간을 다 빼먹지

간만 빼먹나

수틀리면 쓸개도 구멍내고

췌장까지 서슴없이 파먹으며 좋아하지

 

제멋대로라니까

고약한 비법에 걸려든 사내들

도대체 물릴 줄 몰라

땅거미 울면 진저리나게 그리워

쓸개와 췌장과 간을 싸들고 맨발로 달려가지

 

그런데 문제는 글쎄

사내들만 사로잡는 게 아니야

십 수 년 전

벼랑길에서 나도 말려들어

레즈비언 사이가 되었지 뭐야

 

췌장을 맛있게 갈아먹는

눈물을 아는 년, 얼마나 인간적인지 몰라

가면을 벗지 않는 오물통 세상엔

그 년보다 솔직한 인간이 존재하지 않거든

췌장을 다 먹어치운 뒤 날 내동댕이치면

끊어진 다리 누구와 건너지 ?

 

 

 

 

 

출처 : 푸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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