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바다위 마지막 모습

풍경소리(양동진) 2010. 3. 23. 19:45

출렁 출렁 작은  물결이  뗏목에  부딪힌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자신에게  굴복하게  하려는 듯

붉은 덩어리의  기세는   등등  했고   그는  시들은  이파리처럼

축  늘어져서   죽은 듯  엎어져  있다.

강렬한 한  낮의  열기는  망망대해 에서도  빛을  발하여

후텁지근한  무거운  바람을   만들어  낸다.



그는  지금  간절하게  한  모금의  물을  원했지만  이미  물은  바닥  난지 오래다.

목은 햇빛의  열기에  타들어가고  있었고,

이젠  노를  저을  힘도 없다.

바싹  말라버린  입에  물기라도  적실  요량으로  바닷물을  한  움큼 떠서 목을  축이니

짜면서도  쓰디쓴  바닷물의  맛이  헛구역질  을  일으키다가  대장의  관장청소처럼  몸  안 의  모든 것을  게워냈다.



살기  위해 악다구니  쓰면서  외쳐  봤지만  돌아  오는  건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간간이   들리는  희미한  바람소리.

그의  마음속에서  불현듯 “ 이것이 내  생의  마지막  이구나”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불안이  엄습해  왔다.

어느  누구도  이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없음을   알기에

공포와  허기로  혼미해져만  가는  의식을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뒤척이는  몸짓이  자외선에  그을린  목덜미를  쓰라리게  했고

가벼운  신음소리를  만들어  냈다.



해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면서  참을 수  없을   만큼  매서웠고  불덩이  같던

열기가  점차  사그라져 간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  태양이   없는  빈자리를   시커먼   어둠이 스멀스멀

소리 없이  그를  감싸 안는다.

그토록  뜨거웠던  해양의 공기는  파도를  스치는  바람처럼  삽시간에  식어간다.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차갑게   식어가는  몸의  체온을 유지하려한다.

오들오들  떨리는   몸을  제어하려 하면할수록  그의  경련은 계속됐고,

점점  잦아  들어가는   사지의  떨림은  비극의  종말을  예견하는 듯 슬퍼  보였다.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하여  살려  달라는  말을   하려  하지만

입에서만  맴돌 뿐,  가녀린  신음소리만이   잠시  입가에  머물다가

이내  사라져간다.

이젠  더  이상의  흘릴  눈물도   생의 아쉬움에   대한  절규도 없다.

삶의  마지막  순간이  임박해 오고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그의  두  눈가에  인생의  회환을  일시에  쏟아내듯  굵은  방울방울이

두 뺨을  흐르고  그것도  모자라  꺼이꺼이  짐승의 포효처럼 울었고  그것은  고요한   

밤의  적막을 산산이   깨트렸다.  조금씩  희미하게  자꾸  멀어져 가는

   그  형체는  달빛에  얼비치어  유리처럼  어른거렸다.

 그는 낯선  어둠의  세상으로  문을  열고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생의   동반자는  물결에  아른거리는  달빛과  

 차갑게  귓전을  때리는 파도소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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